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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평범한 하루

병원다녀오다가 들은 비보



내가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알고지냈던 할아버지 한분이 계셨다.
생각해보니 그때는 젊으셨었는데 내가 왜 할아버지라고 부른지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집으로 이사오기전에 있던 맨션(빌라보다 작은것을 옛날에는 맨션이라고 불렀다)의 관리실 할아버지다.
내가 초등학교때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면 항상 반갑게 맞이하여주시고 행여 집에 아무도없으면 열쇠를 주면서 집 잘보라며 말씀도해주시고 참 좋은 할아버지셨다.

엄마가 운전을 배울때도 관리실 할아버지할테 배웠었다. 주말이면 나와 누나랑 엄마랑 할아버지랑 당시에도 그리 좋지도 않았던 엘란트라 신형을타고 하단 을숙도에 가서 운전연습도 하고, 할아버지와 함께 을숙도 우동도 사먹던 기억이 너무나 생생하고, 지금 갑자기 떠오른건데 생선토막 잘라다가 진해에 가서 게잡이하던 생각도 났다.

초등학교 6학년이 되면서 집을 넓은집으로 옮기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할아버지랑 멀어지게 되었다.
학교도 맨션쪽이 아니라서 잘 뵙지는 못했지만 할아버지가 출퇴근할때 집앞골목에서 마주치면 인사도 하곤 했다.
엄마는 명절때마다 할아버지 양말이라도 챙겨드리곤 했는데 안보면 조금씩 멀어진다고 최근에는 그렇게 하지 못했단다.

시간은 유수같이 흘러 코찔찔흘리던 나도 군대에 가게 되었다.
이등병때 휴가를 나왔는데 엄마와 함께 길을 걷다가 길에서 할아버지를 만났다. 아니 만난게 아니라 뒤에서 누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러더니 나에게 손에 2만원을 쥐어주셨다. 군대가는데 못챙겨서 미안하다고..

그리곤 3년이 더 흘렀다.
오늘 저번주부터 앓던 위궤양 진단결과를 듣고 터벅터벅 엄마와 3년전 그때 그장소를 걸어오고 있었다.
멀리서 어느 아주머니 한분이 걸어오고 있었다. 엄마는 아시는분인지 인사를 하더니 갑자기 할아버지 안부를 물었다.
알고보니 할아버지의 딸이였다.

엄마는 잠시 주춤하더니... 그렇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엄마한테 들은 비보는 저번주 화요일날 할아버지께서 폐암말기로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이었다.

나는 한손에 약봉지를 움켜지고 엄마랑 아무말 없이 아파트 입구까지 걸어갔다.
아파트 입구부터 엄마랑 나는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하나하나 떠올렸다.
엄마는 왠지 느낌이 안좋았다면서 장례식에도 못가본것도 미안하게 생각하면서도  투병중일동안에도 연락한번 못한게 참 아쉬우신것 같았다.

괜히 코끝이 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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